▲ 혜민스님이 2012 MICE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라는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취업 설명회장에 혜민스님이 나타나 실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독특한 취업 노하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혜민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이자 최근 새롭게 부각된 우리 사회의 '영혼의 멘토'다. 그런 혜민스님이 잠시 참선을 접고 청년들과 소통했다.

혜민스님에 전한 메시지는 세개의 키워드로 돼 있다. '연애', '재미', 의미'다. 다소 취업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스님은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직업이 자신과 맞는지 모르니 두려움이 이기고 일단 부딪쳐 보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직업 선택 시 '재미'와 '의미'를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MICE 채용박람회 특별강연장.

승복 차림에 밀짚모자, 큰 배낭을 메고 등장한 스님은 취업을 앞둔 준비생들과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기탄없이 조언을 쏟아냈다. 강연장에 마련된 200석의 좌석은 꽉 차 100여명이 선 채로 강연을 들었다.

혜민스님은 취업 시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인 '재미+의미'를 위해 '연애'를 권했다. 스님은 "내가 연애하라고 하니까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인간관계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이 바로 연애할 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고,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도 연애에서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스님은 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진짜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다소 의외의 조언이지만 청년들은 깊이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질의 응답 시간, 300여명의 관객들은 '질문 쟁탈전'을 벌일 정도였다. 질문자로 선정된 권윤미씨(30, 직장인)가 "지금 나이가 서른인데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가능할까?"라고 묻자 스님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충분히 숙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그 도전을 시작해 봐라. 자신이 선택해서 가는 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자기 내면의 진솔한 얘기를 쉽게 하지 못하는 건 상처가 두려워서다"라며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내면의 얘기를 상대와 나눠야만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의 당당한 삶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외부의 시선이나 점수화, 서열화를 통해 자신을 판단하는 일에는 과감히 'NO!'를 외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학교에서 점수나 성적으로 자신을 평가하려 한다면 나의 가치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나 자신의 가치는 남들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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