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우리나라 펀드 수가 3년 만에 1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수 급증이 배경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는 지난 12일 기준 1만4개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2월 마지막으로 1만개를 넘었던 펀드는 금융감독당국이 소규모펀드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10년 6월 8995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의 펀드 수 순위는 세계 2~3위로 떨어졌다. 이번에 3년 5개월여 만에 다시 1만개를 넘어선 것이다.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 펀드가 가장 많은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지난해 말 기준 9462개를 기록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조세피난처로 역외펀드들에게 인기가 높다.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고 자산운용상 법적규제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펀드 수가 늘어나게 된 원인은 사모펀드 수 급증에 있다. 지난 2009년 2월 5669개였던 사모펀드는 지난 12일 현재 6602개로 급격히 늘었다. 특히 사모펀드 중에서도 파생펀드가 2019개에서 3198개로 급증했다.

공모펀드는 같은 기간 4826개에서 3402개로 줄었다. 금융감독당국은 추가형 공모 펀드 가운데 1년이 지나도록 설정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는 펀드를 골라내 퇴출시켰다. 작년에 500여개를 없앴고, 올해 340여개를 폐쇄할 계획이다.

사모펀드가 늘어난 배경에는 주가연계증권(ELS) 광풍이 있다. 올해 들어 유럽재정위기와 중국과 미국의 경기악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ELS에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상반기 ELS 발행규모는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LS 중 60%는 사모형태로 발행됐고, 이는 사모파생펀드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ELS는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팔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신규 설정된 펀드 2568개 중 사모 파생상품 펀드는 1512개에 달했다. 사모 파생상품 펀드가 많은 운용사는 플러스자산운용(738개), 메리츠자산운용(441개), 동부자산운용(351개), KTB자산운용(319개), 하이자산운용(170개) 등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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