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방안이라며 발표는 멋있게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전과 별차이 없습니다.""수십년 거래한 주거래은행 조차 대출 만기 연장 때는 금리를 올리는게 현실입니다.""대출금리가 너무 높아 중국이나 동남아 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신용도가 조금 낮더라도 성장 가능성있는 회사라면 금리를 낮춰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16일 인천수출산업단지와 익산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수출기업 대표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금융업계 수장들에게 그간 겪었던 금융애로사항을 토로했다. 1시간으로는 부족했다. 매번 정규 시간을 넘겼다. 대표들은 단순히 감정적인 호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금융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관련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불합리한 금리책정방식과 금융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을 성토하기도 했다. 정책금융기관이 갖추고 있는 지원체계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첫번째 '1박2일 중소기업 탐방' 현장과 오버랩되는 듯 했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장을 점검하며 소통 부재를 없애고 경직된 대출 관행도 손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느끼는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인쇄회로기판을 제조해 수출하는 유노테크의 김만호 대표는 "30년 이상 거래한 금융기관이라면 대출만기 연장할때 기업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줄 법도 한데, 만기연장때마다 금리를 올린다"고 꼬집었다. 전북 익산 한국 니트산업연구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조업체 태산ENG 고정세 대표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시설자금 상환 기간이 짧아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솔직히 시설자금 공금 규모를 늘리겠다 등 정부에서 발표는 멋지게 하는데 중소기업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격양된 목소리에 김석동 위원장의 눈빛도 흔들렸다. 김 위원장은 특히 현장과 제도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8월 중소기업 SBHI가 지난달보다 4.0포인트 상승한 80.8을 기록했다. 이는 3년 4개월 내 최저치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나온 애로사항들을 즉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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