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올해 7월까지 1년간 유로존 위기 국가의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가 5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 국가들에는 대규모 예금 증가가 이뤄져 유로존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결국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1년간 구제금융을 받은 4개국(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에서 인출된 예금 규모가 3260억유로로 집계됐다. 2010년 아일랜드와 그리스에서 나타났던 뱅크런이 지난해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확산된 것이다.

같은 기간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 국가로는 약 3000억유로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 국가에서 빠진 예금이 고스란히 핵심 국가로 유입된 것이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알베르토 칼로 애널리스트는 "자본 유출입이 유로존을 핵심과 주변국으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 유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스페인 은행 예금은 올해 들어 7월까지 7%가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율은 4%였다. 지난해 하반기 1% 감소에 그쳤던 포르투갈의 은행 예금도 올해 들어서는 6%나 줄었다.

위기 국가들은 빠져나가는 예금을 지켜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 그리스 은행 예금 금리는 최대 5%에 이른다.

높은 예금 금리 탓에 자금 조달 비용 압박이 커진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7월 그리스 은행의 비금융권 기업 대출 금리는 7%를 웃돈다. 스페인은 6.5%, 이탈리아는 6.2%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기업 대출 금리는 4%에 불과하다.

칼로는 "위기 국가의 기업들은 자금을 빌리기 위해 1~2%포인트의 금리를 더 줘야 한다"며 "이처럼 차이가 벌어져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분열 상태가 결국에는 유로를 기반으로 한 경제·금융 통합의 이점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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