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36개월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계부채 증가율은 18개월째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소비 침체와 내수 부진에다 수출까지 저조해 국내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24일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실질)은 2009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0.4∼6.9%에 그쳐 같은 기간 1.0∼8.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실질)을 12분기(36개월)째 밑돌았다.

이는 역대 최장기로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당시보다 소비침체 기간이 더 길다. 외환위기를 전후해서는 1996년 3분기부터 1998년 4분기까지 모두 10분기(30개월) 동안, 카드대란을 전후한 2002년 4분기부터 2005년 1분기까지 10분기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생겼다.

2009년 1분기 한때 소비증가율은 -1.1%, 경제성장률은 -2.1%였던 것을 제외하면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연속으로 밑돈 것은 2007년 4분기 이후부터다. 2009년 1분기를 제외하고 54개월(18분기) 동안 '소비침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소비침체 속에서 수출마저 성장세가 꺾이면서 국내 경제성장률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2.5%로 1.1%포인트 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 4.1%에서 3.4%로 0.7%포인트 낮췄다.

또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은 3.3% 안팎으로 전망했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현 시점에서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 이자 부담이 소비 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총잔액 기준) 증가율(명목)은 2011년 1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6분기(18개월)째 성장률(명목)을 웃돌았다. 이 기간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9.1%에 달했지만 성장률은 3.5∼7.0%에 그쳤다.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가계금융 조사 통계를 보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구는 2010년 71.8%에서 2011년 74.2%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식품ㆍ외식비(39.7%), 레저ㆍ문화비(26.2%) 등 내수와 관련성이 높은 부문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 같은 소비침체의 심각성은 카드 사용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의 카드사용액은 41조7000억원으로 전월대비 5.3% 감소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8%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 2009년 10월(9.4%) 이후 34개월 만에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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