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그동안 연금보험상품에 대해 유배당 원칙을 고수해온 NH농협생명이 무배당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보험업 경영환경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반응이다

유배당상품은 배당을 하는 대신 보험료가 비싸고, 무배당상품은 배당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농협생명이 무배당상품을 출시키로 한 것은 회사의 수익성에 좀 더 무게를 두기위한 마케팅전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무배당 연금보험 상품 인가를 신청했다. 농협생명이 보장성을 제외한 연금상품에 무배당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신상품 인가를 냈으며 현재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연내에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생명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유배당 연금상품을 판매해왔다. 조합형태로 출발한 만큼 조합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자는 게 근본 취지였다.

농협생명이 '연금보험 유배당' 원칙을 포기한 것은 지난해 민간보험사로 전환된데다 최근 저금리 장기화 기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으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이익을 되돌려 주는 유배당 상품은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감독규정에는 유배당 연금상품의 경우 이익의 90%를 배당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도록 명시돼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도 "이제는 수익성을 고려할 때라는 반응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유배당 상품의 높은 보험료는 부담이다. 2011년 금감원이 생보사들에 보낸 사업비 관련 지도공문에는 유배당 상품의 경우 300%, 무배당에 대해서는 200%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유배당 연금의 보험료가 30%가량 높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무배당 상품의 공시이율도 유배당 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농협생명은 무배당 연금보험 출시를 계기로 조기 해약환급률을 현재 50%에서 중장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환급률이 높아질 경우 민원 발생을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무배당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지만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유배당 상품"이라면서 "당분간 이 같은 전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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