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과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쩐(錢)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 회사는 최근 막대한 자금을 살포하면서 기업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는 쪽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 VR를 20억달러(2조1506억원)가 넘는 가격으로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번 인수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페이스북은 앞서 사진 공유 프로그램을 선도했던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얼굴인식 기술을 지닌 페이스닷컴, 모바일 메신저 분야의 강자 와츠앱 등을 인수하는 데 거액을 쏟아부었다.

구글 역시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스마트홈 벤처기업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최근엔 인공지능 벤처 딥마인드도 4억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은 이외에도 인공지능 및 군사용 로봇이나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제품을 위해 관련 기술이나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실탄 면으로 보면 구글이 페이스북을 압도한다. 구글은 사내에 590억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감히 투자하고, 실패가 있더라도 미련없이 털어버릴 여유가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구글에 비하면 현금 동원력이 약하다. 그러나 미래 성장가치가 높은 주식이 큰 무기다. 이번 오큘러스 인수에서도 현금은 4억달러만 투입됐다. 대신 나머지 16억달러는 주당 69.35달러에 페이스북 주식 2310만주를 발행해 지급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최고 기업자리를 놓고 벌이는 두 회사의 경쟁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인 만큼 당장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CNN머니는 이를 두고 "실리콘 밸리의 '신냉전(冷戰)'이 시작됐다"면서 "최고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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