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송화정 기자] 국내 제조, 유통부문에서 각각 1위인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베트남에 제2의 삼성, 제2의 롯데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 공략에 나섰던 이들 기업들이 최근 몇년동안 베트남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중국내 노동여건 등이 악화된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 인력의 질이 좋고 인건비와 생산 비용이 저렴한 장점에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 제2의 생산기지, 내수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베트남에 제2의 그룹을 만들겠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22일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하노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환담 중 삼성전자가 3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마련해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30억달러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운영중인 휴대폰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입된다.

이번 투자가 승인되면 삼성전자는 이미 가동중인 두곳의 생산공장을 포함해 베트남 휴대폰 생산시설에만 75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TV 등 가전 제품을 생산할 남부 호찌민에도 14억 달러가 투자된다. 이와 별도로 호찌민 TV 공장 시설 확충을 위해 5억달러의 투자도 예정돼 있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총 94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전기도 12억 달러를 투자해 부품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닌성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입,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베트남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이 모든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그룹 전체를 통틀어 126억 달러, 한화로 약 13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베트남에 투자하게 된다.

이외 삼성SDI와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제일기획,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10개 계열사가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거나 시장 진입을 준비중이다.

롯데그룹 역시 베트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 총 4억 달러가 투자된 65층 규모의 '롯데센터 하노이'를 오픈했다. 하노이센터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각각 입점했다. 식품과 명품, 가전 등 풀라인 유통채널이 한 건물에 들어선 것은 베트남 최초다.

롯데리아 역시 지난달 베트남 현지 200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 1998년 베트남에 처음으로 진출, 2011년 100호점을 낸뒤 3년만에 점포수를 다시 2배로 늘렸다.

롯데제과의 경우 2007년 베트남 제과 시장 점유율 2위의 비비카사를 인수한 뒤 2010년부터 초코파이 공장을 세워 운영중이다. 롯데시네마 역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12개의 영화관을 운영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그동안 생산기지 차원에서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9000만명이 넘는 베트남 인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전체 인구중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라는 인구특성이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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