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김영한 민정수석 항명사퇴 등으로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에 대해 교체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 불리는 비서관 3인을 교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질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고 가정에서도 참 어려운 일 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며 "당면한 현안이 많아 그 문제를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 그 문제가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한 이상의 전횡을 통해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 등 실세 3인방에 대해서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정치권과 여론의 요구를 거절했다. 박 대통령은 "비리가 있나 이권이 뭐가 있나 샅샅이 찾았지만 그런 게 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의혹을 받았다고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할 수 있겠나.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을 포함해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김 실장과 3인방에 대한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거절'은 기자회견 후 여론 역풍이라는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선실세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 속 정윤회씨에 대해선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며 "그래서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정씨와 권력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선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그래서 국민들께도 송구하지만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초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분담의 고통 해소를 위해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남북 간 정상회담도 그런데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진정성은 필요하다. 비핵화가 해결하지 않으면 평화통일을 말할 수 없다"며 북한의 선제적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5ㆍ24조치 해제에 대해선 "북한이 5ㆍ24조치를 말할 것이 아니라 대화 요청에 나와 당국자 간 허심탄회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달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 가석방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의 법감정,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밝힌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기업 기살리기 차원의 재벌총수 가석방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